[단독-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원전서 나오는 온배수 열 활용 유리온실서 농작물 재배 검토

입력 2015-06-29 02:50

정부가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의 열을 이용해 유리온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전 선진국들처럼 냉각수로 사용된 후 배출되는 따뜻한 물을 온실 난방에 이용할 경우 기존 경유보일러나 액화천연가스(LPG) 보일러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단국대학교 연구팀에 용역을 주고 ‘원전 온배수 활용 유리온실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지난달 연구결과를 전달받았다. 연구 결과 원전 온배수로 유리온실을 난방해 파프리카를 재배하면 1㏊(1만㎡)당 최대 7억94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토의 경우 같은 면적당 약 6억8400만원의 소득창출이 가능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원전 온배수 열을 이용해 화훼농장 난방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제주 서귀포 행복나눔영농조합이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열을 온실 난방에 사용해 망고와 감귤을 재배하고 있지만 원전 온배수 열을 이용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온배수 열을 활용한 온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면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연중 일정한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주변 농민들도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경북 경주와 울산, 울주 등 원전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304명에게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를 활용해 유리온실단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이 54.9%(찬성 37.2%, 적극 찬성 17.8%)로 과반을 차지했다. 보통은 24,3%였고, 반대는 20.7%(반대 15.8%, 적극 반대 4.9%)였다.

다만 여기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온배수 열을 난방에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능에 노출될 확률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재배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구매를 기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원전 온배수 활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농산물의 생산 과정과 관련 안전성 지표를 전부 공개하고 최종 출하 단계에서는 따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 온배수 열을 물고기 양식장에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