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산소 쓰레기 정도로 알려진 활성산소가 경우에 따라선 인터페론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뜻밖의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비인후과 김현직(사진) 교수팀이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호흡기 점막에서 활성산소가 증가하면서 면역계의 핵심물질인 인터페론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채취한 호흡기 점막 세포를 시험관 안에서 배양한 후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뒤 항산화제로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한 실험군과 아무 것도 주지 않고 그대로 둔 대조군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각각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군에서 호흡기 점막 인터페론의 일종인 ‘인터페론 람다’의 분비가 현저히 감소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바이러스 사멸에 관여하는 인터페론 유도성 유전자의 발현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 감염 정도가 대조군보다 더 심해졌다. 호흡기 점막 세포에 활성산소가 생기지 않도록 막았더니, 뜻밖에도 면역체계의 핵심물질인 인터페론의 분비가 줄어들고 이 때문에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악화된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으로 나뉜다. 선천성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외부 병원균들과 직접 접촉하는 비강을 포함해 호흡기, 소화기, 생식기 등의 점막에서 작동한다. 이 중 호흡기 점막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그것을 인식하고 저항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는데, 점막의 선천성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핵심물질이 인터페론이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 시 호흡기 점막 내 활성산소 생성과 인터페론 람다 분비를 적절히 조절해주면 호흡기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호흡기학회지(AJRCMB) 5월호 인터넷 판에 실린데 이어 바이러스 분야 국제 학술지 ‘안티바이럴 리서치’ 7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호흡기 면역력에 도움”… 활성산소 재발견
입력 2015-06-30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