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에서 수준 있는 관객이 되기란 쉽지 않다. 박수만 해도, 쳐야 할 때와 치지 말아야 할 때가 정해져 있다. 클래식 공연에서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다. 설사 1악장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을 받았더라도 4악장이 끝날 때까지 참아야 한다. 반대로 재즈 공연에서는 곡이 진행되는 동안 연주자 한 사람씩 즉흥연주를 끝낼 때마다 재깍재깍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연주자가 관객에게 ‘박수 사인’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얼마 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공연에서 악장 사이에 몇몇 관객의 박수가 나왔다. 정경화씨는 ‘아직 아니다’라는 의미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는데, 다음 곡에선 연주가 끝났음에도 제때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조금 낯선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이었던 탓이다. 정경화씨는 웃으며 살짝 손을 흔들어 ‘바로 지금’이라는 사인을 보내 박수를 이끌어냈다.
무대 위 연주자들 못지않게 박수갈채에 예민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정치인들이다. 실제로 군대를 동원해 문자 그대로 ‘박수 부대’를 처음 만든 사람이 로마의 네로 황제였다. 박수 부대는 작곡가나 성악가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소가 생길 만큼 19세기까지 성업하다가 사라졌는데, 이를 되살려낸 곳 역시 정치 유세장이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 데 탁월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감각이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최근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난 사진,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던 메르스 병원 방문사진, 마른 논에 물 뿌리는 사진은 논란만 낳았다. 또 국민의 74%가 대통령이 메르스 부실 대응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날, 대통령은 정치권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선거로 심판해달라고 했다. 사과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박수갈채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권혜숙 차장 hskwon@kmib.co.kr
[한마당-권혜숙] 박수
입력 2015-06-29 00:07 수정 2015-06-29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