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햇빛샤워’ 연출가 장우재 “연극에 필요한 드라마성은 시대 초월해 읽혀질 문학성”

입력 2015-06-29 02:30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가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이와삼이 공동 제작하는 신작 ‘햇빛샤워’를 배우들과 연습하고 있다.서울문화재단 제공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44)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03년 극단 이와삼의 창단작 ‘차력사와 아코디언’과 이듬해 ‘그때 각각’으로 대학로의 주목을 한 몸에 받던 그는 2007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연극계의 궁핍한 생활에 지쳤기 때문이다.

그가 쓴 ‘과녁’이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영화화될 거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과녁’은 끝내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는 2010년 서울시극단의 ‘7인의 기억’으로 연극계에 복귀했다.

2년여 정도 워밍업을 마친 그는 2013년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을 비롯해 여러 연극상을 휩쓸었다. 이어 ‘미국 아버지’(2013 창작산실 대본공모 최우수작) ‘환도열차’(2014 동아연극상 희곡상)를 쉬지 않고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다음 달 9∼26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신작 ‘햇빛샤워’를 선보인다.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솔직히 영화계에서 자본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면서 “영화가 워낙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분야인데, 최근 작가주의적인 작품이 설 여지가 정말 줄어들면서 내 작품도 초기 제작 과정에서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돈 문제를 떠나서 작업이 아예 없으니 허전해서 살 수가 없었다”면서 “내가 살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다시 연극을 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그릇이 연극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가 주최한 제4회 남산희곡페스티벌 낭독공연에서 첫선을 보였던 ‘햇빛샤워’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연탄을 나눠주는 순진한 청년 동교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백화점 매장 직원 광자를 통해 비틀린 삶의 양상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그의 작품들은 사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경향성을 내보이고 있다. 연극이 주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있는 요즘 그의 시선은 진지하기만 하다.

그는 “단순히 이야기가 주는 재미라면 연극보다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낫다. 연극에서 필요한 드라마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읽혀질 만한 문학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연극계에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작품도 있지만 그만큼 비상업적인 공연들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계로 다시 돌아온 그는 이제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영화를 공부하고 준비하던 시간은 분명 그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모양이다. 그는 “영화와 연극의 내러티브 방식이 다른 게 당연하지만 내 자신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 예전보다 더 과감해진 것 같다. 그래서 연극이 더욱 재밌어졌다”면서 “‘돌아온 탕아’를 받아주신 연극계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