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문흥호] G2 전략대화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5-06-29 00:30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인류의 재앙이다.” 이는 필자의 말이 아니라 지난해 7월 제6차 ‘중·미 전략 및 경제 대화(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 개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말이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비록 중국과의 경쟁(competition)이 있지만 충돌(conflict)은 없다고 화답했다.

정말 그런가. 중·미가 평화, 협력의 길을 따라 선의의 경쟁만을 할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제7차 중·미 전략 및 경제 대화를 통해 풀어본다.

중·미의 전략 및 경제 대화는 가장 핵심적인 연례 대화채널이다. 외교·안보·경제 부문 최고 책임자를 필두로 수백명의 관리들이 매년 베이징과 워싱턴을 번갈아 방문해서 심도 있는 논의와 협상을 진행한다. 중·미의 이러한 전략대화는 양국 차원을 넘어 국제질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제7차 중·미 대화의 핵심 의제는 다음 세 가지로 집약된다.

미·중, 협력 강조하면서도 속내는 달라

첫째,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조율이다. 양국 최고 지도자가 아무리 협력을 강조해도 대립과 충돌의 여지는 곳곳에 상존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굴기’와 미국의 ‘패권’은 양립되기 어렵다. 중국은 경제력을 내세워 중·미 관계의 새로운 ‘형식(model)’을 요구하지만 미국은 기껏해야 새로운 ‘수준(level)’을 제시할 뿐이다. 진일보한 대우를 원하는 중국과 아직 멀었다는 미국의 인식 차이는 이번 대화에서도 여전했다. 최근 중국의 인공섬 건설로 긴장이 고조된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규, 사이버 안보 등 문제에서 돌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관리’에 치중했다. 이는 근본 해결이 어려운 사안에서 서로 조심하자는 합의 아닌 합의에 불과하다.

둘째,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의 외환시장 자유화,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중국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외국인 투자 규제를 점차 축소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양국은 중국의 공세적인 해양 실크로드(一帶一路·일대일로) 추진,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등 문제에서 암투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중국의 재정·금융 부문 불투명성, 부정부패 등을 거론하며 AIIB 불참을 선언했는데 미국의 입장도 동일하다.

한반도 미래와 연관돼 있는 G2 기싸움

셋째, 민간차원의 인문교류 활성화를 위한 고위급회담이 병행되었다. 특히 중국의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는 인문교류가 정치·경제와 함께 중·미 관계의 ‘삼대지주(三大支柱)’임을 역설했다. 중·미의 인문교류 중시 전략은 정치·경제 부문의 마찰을 완화하기 위한 장기적·우회적 수단이다.

이처럼 협력을 내세우면서도 전략대화에 임하는 중·미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특히 중국은 중·미 전략대화를 대내외적으로 자국의 위상을 과시하고 더 큰 목표인 ‘대국굴기’ 실현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 지도자들의 화려한 외교적 수사와 미소에 21세기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G2’의 치열한 기싸움이 숨어 있다. 중·미 전략대화를 앞두고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나에게 네가 있고, 너에게 내가 있다’는 말로 중·미의 긴밀한 관계와 협력 필요성을 비유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서로의 심중에 있는 상대의 진면목이다.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상대방을 고운 모습으로 그리는 것 같지 않다.

빛나는 외형의 뒤편엔 그림자가 짙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빛과 그림자가 한반도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