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10) 보는 음악

입력 2015-06-29 00:08
걸스데이.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 젊은 세대를 충족하기 어렵다. ‘보고 듣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보는 음악의 진화는 가속화된 지 꽤 오래되었다. 2000년 전후로 아이돌 그룹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무대 위의 안무와 콘셉트도 급진적인 행보를 거듭해 왔다.

음악의 본연은 듣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 듣는 음악은 음악수용자에게 듣는 음악보다 흡수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영상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기획력이 점진적 발전을 해왔기 때문이다. 노랫말의 의미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음악으로 진화해 왔다. 의미보다 느낌을 중시하는 음악이 급성장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이 있다. 수년간 세월을 버티며 사랑받을 만한 국민가요가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이 튼튼한 균형을 이루는 가요계의 공존이 절실하다.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음악도 옷을 벗는다. 더위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느린 발라드보다 비트 있는 음악을 선호한다. 댄스 음악 히트곡이 여름에 더 많이 발표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걸그룹 씨스타와 AOA가 지난주 신곡을 들고 맞붙었다. 파격적인 노출과 최신 트렌드로 무장했다. 7월 초에는 걸스데이와 소녀시대가 컴백한다. 국내 정상의 걸그룹들이 여름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대중음악계는 ‘걸그룹 대전’이라 부른다. 이들의 무대를 보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음악을 온전히 알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글로 설명하기가 궁색할 만큼 무색하다. 들은 느낌을 쓰는 일과는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이 존재한다. 보는 음악의 강세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올여름은 걸그룹의 대결로 눈이 즐거울 것이라고 한다. ‘귀’가 아니라 ‘눈’이라고 표현할 만큼 음악은 ‘눈’에 더 집중돼 있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