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또 이슬람테러… 참수 시신에 아랍어 메시지

입력 2015-06-27 03:23

프랑스에서 26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AFP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같은 날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쿠웨이트에서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각각 27명, 13명이 사망해 외신들은 이날을 ‘피의 금요일’이라고 불렀다.

최근 전문가들은 IS의 국가 수립 선포 1주년(6월 29일)을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범인 2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남동부 대도시 리옹에서 40㎞ 떨어진 생 캉탱 팔라비에에 있는 가스 공장인 ‘에어 프로덕츠’ 정문을 차로 충돌했다. 이후 폭발이 일어났으며 공장 입구에서는 참수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폭발로 2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야신 살히(35) 등 범인 2명과 살히의 부인을 검거했다.

프랑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AFP는 참수된 시신 머리에 아랍어 글씨로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고, 시신 주변에서 아랍어가 쓰인 깃발 2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현지 사업가로 알려졌다.

베르나르 카즈뇌부 내무장관은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체포된 범인은 2006년에 살라피스트운동(Salafist Movement)과 관련해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 그는 전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범인이 이후 테러리스트 활동에 연루됐는지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살라프(salaf)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와 그의 동료, 그들의 제자들을 일컫는 말로, 살라피스트들은 현대적 삶을 거부하고 이슬람 초기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극단적 원리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이다. 특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에 있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을 “프랑스에 대한 명백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는 회의 참석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했다.

현지 일간지인 도핀 리베레는 범인이 자신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 소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앞서 지난 1월 파리 동부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아메디 쿨리발리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사건 며칠 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 만평을 그렸다는 이유로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사망하는 등 1월에만 각종 테러로 17명이 희생됐었다.

튀니지 테러는 지중해 연안 휴양지인 수스의 호텔에서 발생했다. 무장괴한들은 해안가와 접한 호텔 2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해 수십 명이 숨졌다. 튀니지에서는 지난 16일에도 IS를 자처하는 세력이 중부 시디 부지드 지역에서 군인과 총격전을 벌여 군인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 도심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도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테러 직후 IS의 윌라야트 나즈드(사우디아라비아 지역) 지부는 자신들이 공격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IS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시아파 모스크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켰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