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시대 성난 여왕” 원색 공격, ‘재의결’ 결의 다져… 새정치 똘똘 뭉쳐 ‘대국민호소문’ 발표

입력 2015-06-27 02:3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소속 의원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 무능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 대표는 “심판받아야 할 대상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봉건시대 여왕’ ‘악몽과 같은 독재정권’ ‘유신시대’ 등 표현도 거칠어졌다.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로 공세도 확대했다.

새정치연합은 하루 종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 의원총회를 연달아 갖고 박 대통령에 대한 맹공을 이어가는 등 대여 전선 확대에 착수했다. 일부 의원들은 거리홍보전이나 단식투쟁까지 제안하는 등 총력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박 대통령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문재인 대표는 직접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공세 선봉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을 향해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 “어려운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과 싸우고 있다” 등의 표현을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의원총회에서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 때 보이지 않던 박 대통령이 국회를 모욕하고 국민을 공격할 때가 되니까 직접 나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들도 총공세에 동참했다. 신계륜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발표하는 모습이 악몽 같았던 과거 독재정권의 모습을 닮았다. 섬뜩했다”고 날을 세웠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어제 모습은 봉건군주제의 성난 여왕님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염치는 어디 가고 눈치만 남았다”며 “살아 있는 헌법을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넣어 질식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공세는 원내 카운터파트너였던 유 원내대표에까지 이어졌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유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인으로서 줏대를 잘 지키길 바란다”며 “자리는 얻었을지 모르지만 국민 신뢰는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의결 날짜를 잡아오기 전까지는 협상 파트너로 인정 못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적의 적은 동지’라는 이유에서 박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유 원내대표를 엄호했던 스탠스에서 달라진 것이다. 여권 분열을 촉발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총력투쟁 불사=이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24시간 국회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원내수석부대표실에 현수막을 걸고 ‘야전사령실’을 마련하는 등 장기전에도 대비했다.

당내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단식투쟁을 해야 한다’거나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박 대통령을 직접 규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등 강경책도 쏟아져나왔다.

여론전도 강화됐다. 당 정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15개 항목으로 나눠 조목조목 반박한 뒤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현황도 상세히 소개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법 개정안 자동 폐기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묘책이 없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개정안 자동 폐기를 당론으로 정한 이상 이를 현실적으로 막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장외투쟁이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거부를 포함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등 극단적 방식을 지속할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