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주 가치’ 물고 늘어진 엘리엇

입력 2015-06-27 02:48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 가치’ 이슈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엘리엇은 주주 이익을 외면했다며 삼성물산 이사진을 정조준했다. 합병 찬반 표 대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의 주요 원칙으로 주주 가치 증대를 꼽고 있는 점은 삼성 측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엘리엇은 26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자료에서 “삼성물산 이사회는 주주를 위해 최대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결여돼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삼성물산 이사들은 법정 합병비율 뒤에 숨지 말고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와 민법상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 등 모든 법적 요건을 준수하라”고 비판했다. 엘리엇은 지난 2월 4일 이후 수차례 서신을 보내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된 시점에 합병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이미 이사진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명시했다.

엘리엇의 이런 주장은 삼성 측이 주주 가치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법적 정당성을 근거로 내세우는 삼성 측 주장이 합병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주주 이익에 대한 배려 여부가 지속적으로 삼성 측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이날 SK C&C와 SK의 합병에 대해 “SK의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해 삼성 측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SK C&C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은 이 합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논란과 유사한 성격이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외 헤지펀드의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제일모직과 합병이 성사되면 2020년 건설부문 매출이 2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16조2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