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술가는 오랫동안 남성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뮤즈’였다. 그러나 뮤즈에 그치지 않고 직접 예술 창작의 주체가 되고자 노력해온 여성 예술가들은 늘 있었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스러지기를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보했다. 7월 국악과 극작 부문에서 ‘오늘’을 고민하는 한국 여성 예술가들을 모은 2개의 기획 공연이 펼쳐진다.
우선 젊은 여성 국악인의 무대로 꾸며진 ‘언니들의 국악’이 2∼18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다. 남산골한옥마을의 기획 공연 ‘국악, 시대를 말하다’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개성적인 여성 국악인들이 총출동한다.
2일 ‘해금하는 두 언니’ 꽃별과 이승희의 공연을 시작으로 3일 ‘홍대에서 노는 세 언니’ 정민아(가야금)·차승민(대금)·최민지(해금)의 무대가 펼쳐진다. ‘굿하는 왕 언니’ 김동언 명인은 최근 잇따라 세상을 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오구굿을 한다. 9∼11일 소리꾼 박민정이 ‘흥부전’을 흥부와 놀부 아내 입장에서 만든 창작 판소리 ‘장태봉’을, 16∼18일 여성 경기민요 전공자 5명으로 구성된 경기소리 그룹 앵비가 ‘이상사회’를 통해 동시대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노동요로 풀어낸다.
여성 극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여성극작가전도 선보인다. 2013년 출범한 한국여성극작가전은 국내 여성 극작가의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행사다. 3회째를 맞는 올해는 7월과 10월로 나눠 관객들을 찾아간다.
다음 달에는 중견 극작가 김정숙이 판소리 심청전을 재해석한 ‘심청전을 짓다’(15∼19일·소극장 알과핵)와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는 김수미가 살인사건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현장검증’(22∼26일·소극장 알과핵)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1920∼30년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두 여성 작가의 작품은 10월 5∼6일 서울 대학로 여우별 소극장에서 낭독공연 된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서양화가이자 문재(文才)에도 뛰어났던 나혜석이 쓴 ‘파리의 그 여자’, 여성 신문학을 대표하는 김명순의 ‘두 애인’이 소개된다.
연극과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경희가 존속 살해 사건을 소재로 쓴 ‘트라이앵글’도 같은 달 9∼25일 여우별 소극장 무대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여성극작가전의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10월 19일 개최된다.
장지영 기자
창작의 주체… 여성 예술가들 ‘열정’을 말하다
입력 2015-06-29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