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Mnet에서 방영된 ‘댄싱9’ 시즌2를 보던 무용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의 김설진과 미국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최수진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압도적 기량을 가진 두 무용수는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경쟁했다. 김설진이 소속된 팀이 우승하면서 시즌2 MVP는 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시즌2가 끝난 뒤 최수진은 더 바빠졌다. 그를 찾는 곳이 워낙 많아진 덕분이다. 최수진은 시즌2에 마스터로 참여했던 배우 김수로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12월 문화역서울 284에서 공연된 ‘ALONE’을 직접 안무했다. 김수로가 제작했고 최수진을 비롯해 댄싱9 멤버 9명이 나왔다. 또 지난달 무용극 ‘살로메’(안무 이용우)에 이어 지난 7∼8일 ‘아모레아모레미오’(안무 전미숙)에서 잇따라 무용수로 출연했다. 4월 시작돼 6월에 끝난 ‘댄싱9’ 시즌3에서는 이선태와 커플을 이뤄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TV 광고를 찍었고 잡지의 화보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수진이 7월 16∼19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더 시크릿(THE SECRET)’을 선보인다. 그가 출연은 물론 안무까지 맡은 이 작품에는 ‘댄싱9’ 출신 이선태와 정혜민(이상 현대무용), 윤전일(발레), 하휘동과 홍성식(이상 비보이), 손병현(하우스)이 같이할 예정이다. 김수로가 가수 유희열, 윤종신, DJ 소울스케이프와 큐레이팅을 맡았으며 이 공연장에서는 처음 올리는 무용 작품이다.
연습에 한창인 최수진을 지난 22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만났다. 그는 “관객들이 ‘댄싱9’를 통해 춤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좀더 긴 호흡으로 춤을 감상하고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장르별로 뛰어난 무용수들이 모인 만큼 솔직하고 재밌는 몸짓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합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뉴욕 앨빈 에일리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건너갔다. 경험삼아 봤던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 단원 오디션에서 3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2007∼2012년 주역으로 활약하던 그가 귀국을 결정한 것은 안무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최수진은 “시더레이크에서 좋은 안무가들과 작업을 했지만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솔직히 무용수로서 몇 년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잘 출 수 있을 때 안무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안무가로 활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댄싱9’가 내게 예상치 못했던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안무가보다는 무용수로서의 이미지가 훨씬 크다. 현대무용 무용수 가운데 직접 안무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가 ‘댄싱9’에서 선보인 춤으로는 안무가로서의 기량을 평가하기가 아직 이르다. 지난해 그가 안무한 ‘ALONE’의 경우 공연장이 아닌 특수한 공간을 활용한 기획 및 구성이 돋보였음에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트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가 개념적이고 지적인 스타일의 유럽 현대무용단이 아니라 몸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중시하는 다소 보수적인 미국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활동했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최수진은 “지금은 훌륭하고 위대한 안무가보다는 작업할 때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안무가가 되고 싶다”면서 “안무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지만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더 시크릿’ 이후 올해는 무용수로서 활동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2∼3년 간 제 자신을 너무 소비한 것 같아서 내년에는 유럽 무용단을 돌아다니면서 작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내달 16∼19일 공연 ‘더 시크릿’ 무용수 겸 안무가 최수진 “내 생각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입력 2015-06-29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