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남아돌지만 中 인해전술은 무서운 러시아

입력 2015-06-27 02:41

요즘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땅 임대 문제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러시아 당국은 이달 초 극동 지역의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자바이칼스키주(州)의 특정 구역을 중국의 민간기업인 ‘우아에 싱방’에 49년간 장기임대하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임차하는 면적은 1000㎢ 크기다. 서울(622㎢)의 두 배 가까운 상당히 넓은 면적이다. 중국 기업은 농사를 짓기 위해 임차하려고 한다. 임차료로 4900억원을 지불키로 했다.

FT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특히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자유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자유민주당 소속인 이고르 레베데프 러시아 하원(두마) 부의장은 “땅을 빌려주면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밀려들 것”이라며 “수십년이 지난 뒤에는 중국이 그 땅을 아예 요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언론들도 ‘중국에 의한 러시아 영토 병합’으로 규정하며 계약 파기를 촉구하고 있다. 다른 야당인 공산당의 블라디미르 포즈다냐코프 의원도 “중국의 투자는 ‘트로이 목마’를 러시아로 들여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는 이번 계약 이전에도 접경지대 중국의 많은 인구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러시아의 5개 행정구역에는 540만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5개 행정구역을 마주한 중국 땅에는 6300만명의 중국인이 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이 아예 자국 땅에 건너와서 반세기를 살게 되면 자연스레 그 지역이 중국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곳에서 생산된 값싼 농산물이 중국에 수출하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돼 러시아 내로 흘러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 농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놀고 있는 땅을 개발한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비서실장은 “극동을 발전시킬 인구가 모자라는 현실에서 중국이 투자해주면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콘스탄틴 일콥스키 자바이칼스키 주지사도 “러시아에선 아무도 그 땅을 쓰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의 이런 우려는 중국 자본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에는 지난해부터 지하자원 등을 노린 중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자칫 이러다 중국에 다 빼앗길 수 있다는 국수주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