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파장]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 마음 열어주시길 기대”…‘반성문’ 쓴 유승민

입력 2015-06-27 02:21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축사 도중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내용의 원고를 읽은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의원총회 직후 “송구스럽다”는 사과 발언보다 더 직접적인 표현을 쓰며 한껏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축사 도중 “따로 준비했다”며 품에서 A4 용지를 꺼내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보낸 ‘반성문’인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로서 가장 노력을 기울인 점은 훗날 박근혜정부의 개혁과제로 길이 남을 공무원연금 개혁이었고, 어떻게든 이 정부의 개혁 성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진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도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겠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국회 통과를 가장 절실히 원했던 것으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경제활성화법에 대해서도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자성했다. 또 “저는 박근혜정부와 박 대통령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 길만이 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평소 성격을 감안하면 이틀에 걸친 사과 표명은 이례적인 ‘로키(low key)’다. 그는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경색된 (당청) 관계부터 푸는 게 문제”라며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필요하다면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