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불안케하는 당청, 정치력 복원해야

입력 2015-06-27 00:50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여야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은 정국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여당은 의총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재신임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친박과 비박 의원들은 편이 갈려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야당은 “국민이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심판해 달라”며 단호히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상임위가 모두 취소되는 등 국회 활동도 중지됐다.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청와대 내부의 시각은 싸늘하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당직 사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친박 최고위원들이 압박을 가하기 위해 집단 사퇴한다면 김무성 대표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권의 내홍이 진정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이 불안하면 정국이 어지러워지고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야당도 국회를 짓밟은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뻔히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초강수를 둔 박 대통령의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조차 국정을 이끌어가는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가. 여권의 내홍은 당청 간 소통과 신뢰의 실종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불통과 불신은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여당에 그런 점이 있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도 불통과 불신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청은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당청의 정교한 소통만이 지금의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여권이 친박 비박으로 패가 갈려 싸우기만 한다면 국정은 매우 불안해진다. 그러면 그 피해를 그대로 받는 국민들만 불행해진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조속한 회동을 통해 그동안의 미흡했던 점을 서로 보완하겠다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