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3) 여사의 방북을 위한 사전접촉을 오는 30일 개성에서 갖자는 뜻을 전해왔다.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은 “우리가 지난 18일 북에 이 여사의 평양 방문에 대해 협의하자고 연락했더니 25일 호응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측이 방북에 합의하면 승인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여사 방북이 남북 간 화해·협력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판단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이 사전접촉에 응한다고 했지만 이 여사 방북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당국 간 대화가 1년4개월여 동안 중단된 상태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북이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제삼국 개인 및 기관에 대해 금융제재 조치를 취했다. 북이 강력 반발할 게 뻔하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여사 방북은 반드시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북은 지난해 말 이 여사에게 방북을 초청했으나 건강 때문에 무산된 이후 올 봄 이 여사 측 재추진에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북이 이번 사전접촉 제의에 호응해 온 것은 이 여사 방북을 통해 대화의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북한이 남한 내 국론 분열을 겨냥해 당국이 아닌 이 여사를 대화 상대로 삼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화가 전면 중단된 현 상황에선 어떤 종류의 대화도 의미가 있다.
이 여사 방북이 민간 차원이긴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선 고위 당국자 회담 이상의 효과가 있다. 남북 경색을 푸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겠다. 이 여사 방북이 확정되면 김 제1비서에게 보내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정상 간 간접대화가 이뤄지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사전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이희호 여사 방북 성사시켜 남북관계 물꼬 트자
입력 2015-06-27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