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순화해야 할 일제 잔재 용어들

입력 2015-06-27 02:29

서울시가 최근 일제 잔재 행정용어 20개를 순화하기로 했는데, 일본식 한자어 3개, 일본어투 용어 14개, 한자어 3개입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순화하다’는 ‘잡스러운 것을 걸러내 순수하게 하다’라는 뜻이지요.

공람(供覽)은 ‘돌려봄’, 애매(曖昧)하다는 ‘모호(模糊)하다’, 호우(豪雨)는 ‘큰비’로 고쳤고 쇼부는 ‘승부’, 곤색은 ‘감색’, 붐빠이는 ‘분배’, 기스는 ‘흠’, 간지나다는 ‘멋지다’, 사라는 ‘접시’, 노가다는 ‘막일꾼’, 땡땡이무늬는 ‘물방울무늬’, 땡깡은 ‘투정’, 오케바리는 ‘좋다’, 쓰키다시는 ‘곁들이찬’, 가라는 ‘가짜’, 비카비카는 ‘번쩍번쩍’, 무데뽀는 ‘막무가내’로 고쳤으며 누수는 ‘새는 물’, 우측보행은 ‘오른쪽 걷기’, 차후는 ‘지금부터’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모호하다’는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다’라는 뜻이지요. 순우리말 ‘애매하다’는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라는 말입니다. ‘애매하게 누명을 쓰다’처럼 쓰지요. ‘앰하다’가 준말인데 ‘앰한 사람 잡지 마라’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잘못을 알았으면 바로잡는 걸 머뭇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언어생활도 같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