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와 멕시코 태생의 프리다 칼로(1907∼1954). 두 화가의 공통점은 비운의 천재였다는 것이다. 모딜리아니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불치병에 걸려 숨지고, 칼로는 어릴 때 당한 교통사고로 평생을 병마와 싸웠다. 두 화가는 배우자와의 애틋한 사연으로도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들의 전시가 국내 처음으로 나란히 열리고 있다.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모딜리아니는 늑막염, 장티푸스 등 질병에 시달렸다. 1906년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예술가의 길을 걸었고 파블로 피카소 등 당대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아프리카 원시조각에 매료된 그는 타원형의 긴 얼굴, 길쭉한 코, 동공이 없는 눈, 목과 부드럽게 연결된 어깨를 가진 인물화에 몰두했다.
이후 독특한 회화 양식을 발전시켜 나간 그는 1917년 생애 첫 번째이자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여성의 누드그림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철거명령을 받았다. 생전에 그에겐 세 명의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 연인 잔 에뷔테른은 결핵으로 인한 뇌수막염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함께했고 다음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연인을 따라갔다.
모딜리아니는 정제되고 단순한 형태로 인물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 중 최고가는 2010년 11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900만 달러(당시 환율로 765억원)에 낙찰된 ‘아름다운 루마니아 여인’이다. 10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에는 세계 20여개의 공공미술관과 25명의 개인 소장품 70여점으로 꾸며졌다.
모딜리아니는 생전에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라고 했다. 전시에서는 다소 우울한 표정의 초상화와 종이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씨는 “모딜리아니에게 인물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남의 수단이었고 타인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정신적 교감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관람료 8000∼1만5000원(02-724-2900).
◇칼로,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화가=칼로는 학창 시절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해 뼈 곳곳이 산산조각 나는 사고를 겪었다. 평생 동안 수차례 수술을 받으면서도 작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그녀는 고통에 눈물겨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수 남겼다.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에서 그의 몸은 압박붕대로 감겨져 있고, 못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는 신체적 고통 외에도 같은 화가였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1886∼1957)의 잦은 외도로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그러나 남편을 끝까지 믿고 사랑했다.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9월 4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원숭이와 함께 있는 자화상’ 등 20세기 초현실주의 대표작들이 왔다. 멕시코 영화사업가의 컬렉션으로, 현재 미국 뉴욕 베르겔 재단이 소장하고 있다.
멕시코의 혁명사와 시대상을 담은 작품, 남편과의 예술적 동맹을 살펴볼 수 있는 회화, 드로잉, 사진 및 영상, 동시대 멕시코 작가 10인의 작품 등 100여점을 선보인다. 칼로의 인생을 모티프로 한 영화 ‘프리다’와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상, 칼로가 사용했던 장신구와 재현된 의상 등도 전시된다. 관람료 6000∼1만3000원(02-425-1077).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디에고 리베라 프라이드 오브 멕시코’라는 타이틀로 남편의 회고전이 8월 16일까지 열린다. 벽화운동의 선구자이며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리베라의 회화 34점과 공공장소에 걸린 거대한 벽화 드로잉 1점, 칼로와 함께 찍은 사진 42점 등이 출품됐다. 관람료 7000∼1만2000원(02-739-4333).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모진 삶, 걸작으로 남다… 불꽃처럼 살다 간 비운의 두 천재화가 모딜리아니·프리다 칼로 첫 한국 나들이
입력 2015-06-29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