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가 약물 파동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반도핑위원회를 열고 반도핑 규정 6조 1항을 적용해 한화 이글스 외야수 최진행(30·사진)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내렸다. 한화 구단에도 2000만원의 제재금을 물렸다.
최진행은 지난 달 초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경기 기간 사용을 금지하는 약물인 스타노조롤 성분이 검출됐다. 스테로이드 계열의 스타노조롤은 금지 약물 중 최고 등급인 ‘S1’이다. 최진행은 “지난 4월 지인이 미국에서 사왔다며 선물로 준 영양보충제에 해당 성분이 들어 있었다”며 “체력이 떨어져 먹었는데, 제품 겉면에 성분 내용이 표기돼 있지 않아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내 스포츠는 올 초부터 도핑 문제로 시끄러웠다. 최진행에 앞서 수영 선수 박태환(26)과 프로축구 선수 강수일(28·제주),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곽유화(22·흥국생명)가 금지 약물 사용으로 출장 정지 등의 제재를 받았다.
스포츠 관계자들은 도핑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선수들의 부주의를 꼽았다. 특히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적발 사례가 많았다.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은 국제대회 출전과 교육으로 도핑에 대한 인식이 높은데 반해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반도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가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것은 최진행이 여섯 번째다. 국내 선수로는 김재환(2011년·두산), 김상훈(2012년·KIA), 이용찬(2014년·두산)에 이어 네 번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사용 가능한 약물을 공개하고 금지 약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통제는 쉽지 않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집에서 사용하는 약물까지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도핑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두산 측도 “선수들이 금지약물에 대해 무지한 데다 ‘설마 지인이나 의사가 내가 프로야구 선수인 줄 알면서 탈이 나는 약을 주겠냐’고 생각할 정도로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규정은 대한체육회 산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자체적인 도핑 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언제든 ‘제2의 최진행’이 나올 수 있다.
야구 관계자는 “의약품과 달리 건강 보조제는 식품으로 분류돼 규제가 강하지 않다. 문제 되는 성분을 넣고도 성분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선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금지 약물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프로선수 도핑 의무화 법안(국민체육진흥법)’은 11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대전=서윤경 모규엽 기자 y27k@kmib.co.kr
프로스포츠계, 축구 이어 야구까지 금지 약물 파문 한화 최진행, 도핑 양성반응
입력 2015-06-26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