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파장] 朴 대통령과 유승민, 10년 이어온 인연… 2009년 원내대표 경선때 삐걱

입력 2015-06-26 02:39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건너편에 앉은 김무성 대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구성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동반자’였지만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간 초유의 불화 사태를 연출한 ‘악연’으로 기록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인 2005년 1월 초선이던 유 원내대표를 대표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유 원내대표가 2005년 보궐선거를 통해 지역구(대구 동을) 의원이 되는 데에도 박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캠프의 정책메시지단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에 섰고 ‘이명박 저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끈끈했던 관계는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황우여 원내대표’ 카드를 밀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또 2011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웠다.

유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 가계부’를 거론하며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반성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로선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정치적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혔고, 박 대통령 역시 이와 관련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협상을 놓고서도 유 원내대표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었으나 청와대에선 “미흡한 수준”이라는 싸늘한 반응만 보였다. 새누리당 내에선 25일 “둘의 정치 스타일 자체가 맞지 않았다”거나 “그간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