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동반자’였지만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간 초유의 불화 사태를 연출한 ‘악연’으로 기록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인 2005년 1월 초선이던 유 원내대표를 대표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유 원내대표가 2005년 보궐선거를 통해 지역구(대구 동을) 의원이 되는 데에도 박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캠프의 정책메시지단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에 섰고 ‘이명박 저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끈끈했던 관계는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황우여 원내대표’ 카드를 밀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또 2011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웠다.
유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 가계부’를 거론하며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반성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로선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정치적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혔고, 박 대통령 역시 이와 관련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협상을 놓고서도 유 원내대표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었으나 청와대에선 “미흡한 수준”이라는 싸늘한 반응만 보였다. 새누리당 내에선 25일 “둘의 정치 스타일 자체가 맞지 않았다”거나 “그간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거부권 정국’ 파장] 朴 대통령과 유승민, 10년 이어온 인연… 2009년 원내대표 경선때 삐걱
입력 2015-06-26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