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똑바로 보자] 모든 응급실 방문자, 이름 등 방문기록 남겨야… 의협·의학회 토론회

입력 2015-06-26 02:44
이윤성 대한의학회장(가운데)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메르스 사태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강청희 의협 부회장, 오른쪽은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연합뉴스

앞으로 모든 응급실 방문자가 이름과 연락처 등 방문 기록을 남기도록 의무화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의 원인으로 허술한 국내 방역체계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 같은 왜곡된 의료문화 등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5일 브리핑에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방문 기록을 직접 남기도록 의료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구급차 직원, 외주 용역업체 직원 등 응급실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이름, 연락처, 방문 시각, 방문 대상자 등을 적어야 한다. 병원은 응급실 방문 명부를 관리·보관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할 때 제출해야 한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의료법 등을 개정해 법령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토론회에서 “건국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이 줄어들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유행 피크가 나올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토론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동네 의원을 대변하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총무이사는 “이번 메르스 사태는 허술한 국내 방역 보건시스템이 주범”이라며 “보건 당국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지금까지 메르스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전문가에 의한 행정 시스템 정책이 안이한 대처를 불렀다. 보건소는 지자체의 선심성 공약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재갑 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태스크포스팀(TFT) 위원장은 호흡기 관련 격리 병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점, 면회를 비롯해 자유로운 병원 내 출입, 대형병원 쏠림 현상, 다인실 입원을 권장하는 건강보험 제도 등을 개선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김윤 대한의학회 기획의사는 대형병원이 중증 질환을 진료하고 동네 병원은 경증 질환을 담당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자가 격리는 (당사자에게) 사회적 낙인이 되거나 가족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막중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그 근거나 합리성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 당국이) 문자메시지나 전화만 할 뿐 교육과 훈련이 부재하다”며 “증상 유무와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스크 쓰는 법까지도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는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죄인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문수정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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