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2일 만에 사망 173번 환자 2135명 접촉… 강동성심병원, 제2의 삼성서울 되나

입력 2015-06-26 02:3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25일 1명 추가되면서 모두 180명으로 늘었다. 2명이 숨져 사망자는 29명이 됐다. 치명률은 16.1%로 올랐다. 숨진 2명 중 1명은 보건 당국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이 환자의 접촉자는 2135명이나 된다.

이날 7명이 추가 퇴원하면서 퇴원자는 74명(41.1%)이 됐다. 6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15번 환자(35), 부산 좋은강안병원의 코호트 격리를 부른 143번 환자(31)도 퇴원했다. 퇴원비율이 처음 40%를 넘어섰다. 평택 경찰인 119번 환자(35)는 상태가 크게 호전돼 에크모(체외막 산소화 장치)에 이어 인공호흡기도 뗐다.

◇확진 이틀 만에 사망…강동성심병원 2135명 접촉=173번 환자(70·여)는 22일 확진 판정을 받고 이틀 뒤인 24일 숨을 거뒀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가장 빨리 숨진 사례다. 기저질환은 없었으나 나이가 많아 고위험자로 분류됐다.

이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 일주일이 넘도록 보건 당국의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당국이 동선을 파악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강동성심병원에서 2135명을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확인된 접촉자 중 일부는 자택격리, 일부는 능동감시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

173번 환자는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76번 환자(75·여·사망)에게 옮은 것으로 추정된다. 요양보호사인 그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와 함께 응급실에 있었다. 당국은 이런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10일이다.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했던 그는 서울 강동구 목차수 내과, 종로광명약국, 일성당 한의원 등을 방문했다. 18일 정형외과 수술을 위해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했고, 폐렴 증상이 심해지면서 20일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때에야 당국은 환자의 존재를 파악했다.

보건 당국의 관리 대상에 빠졌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141·142·151·152·154번 환자, 대청병원에서 옮은 143번 환자도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173번 환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서 증상이 빠르게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 메르스는 증상이 나타난 뒤 신속하게 치료해야 회복이 빠르다. 완치 판정을 받은 74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기간은 평균 12.4일이었다. 짧게는 6일, 길게는 24일 동안 입원했다. 하지만 메르스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평균 18.3일이 걸렸다.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고도 6일 정도 뒤에야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구리 카이저재활병원, 서울 건국대병원 주시=정부는 107번 환자(77)가 다녀간 경기도 구리 카이저재활병원과 서울 건국대병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이저재활병원에서 116명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투석실이 노출된 건국대병원도 추가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를 통한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 환자에 따른 바이러스 잠복기는 25일로 끝났다.

이날 추가된 180번 환자(55)는 143번 환자(31)와 지난 8∼12일 부산 좋은강안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었다. 143번에게서 옮은 첫 환자다. 당국은 180번 환자의 접촉자 17명을 자택격리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