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파장] 대통령 거부권은 이승만때부터 65건 행사… 31건만 재의결

입력 2015-06-26 02:35

‘대통령 거부권(veto power)’은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통령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뜻한다. ‘법률안 재의 요구권’이라고도 불린다.

거부권의 기원은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94년 귀족의 횡포에 시달리던 평민들이 ‘호민관’이라는 관직을 도입하면서다. 호민관은 귀족이 발의한 법안 중 평민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거부할 권한이 있었다. ‘veto’라는 영문 표현 자체가 라틴어로 “나는 거부한다”는 뜻이다.

근대 이후 거부권을 도입한 국가는 미국으로, 연방헌법 제1조 7항에 규정돼 있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달리 법률안 제출권이 없어 대통령이 입법권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입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행정부가 마비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을 재의결하려면 상·하 양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에선 대통령이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동시에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도 갖는다. 대통령 거부권은 1948년 제헌헌법이 제정된 이래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제2공화국(제3차 개정헌법)을 제외하고는 역대 모든 헌법에 포함됐다. 현행 헌법인 제6공화국 헌법 53조 2항은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15일 이내에 이의서와 함께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놨다. 돌아온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된다.

헌정사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건 이번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까지 총 73회다. 첫 사례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으로, 1948년 9월 양곡매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의원내각제였던 5대 국회에서는 거부권이 참의원(상원)에 있어 이를 제외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만 65번이나 됐다. 65건 중 절반에 가까운 31건이 재의결돼 법률이 확정됐으며, 30건은 폐기됐고 2건은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철회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3년 1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대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정부는 대체입법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일명 택시지원법)’ 제정안을 대신 국회로 보냈고, 국회는 이를 심의·처리했다. 앞서 이송된 택시법은 지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