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의 3남2녀 중 장녀인 안수산 여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2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0세.
안 여사는 평생 미국에 살았지만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열성을 다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교민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무엇보다 도산 선생의 장녀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 교민사회의 큰 자부심이었다.
1915년 LA에서 태어난 안 여사는 11살이던 1926년 집을 떠난 아버지와 생이별했다. 당시 “미국에 살더라도 한국인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를 가슴속에 간직했던 안 여사는 샌디에이고 주립대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한인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미 해군 장교가 됐다. 그는 키 작은 동양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미 해군 사상 최초의 여성 포격술 장교로 복무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해군 정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1945년 종전 후 예편해 국가안보국(NSA) 비밀정보 분석요원으로 변신, 1960년 퇴직할 무렵에는 300명 이상의 요원을 거느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정보장교 때 만난 아일랜드계 미국인 프랜시스 커디와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퇴직 후에는 가족들과 고급 레스토랑 ‘문 게이트’를 운영했다.
안 여사는 1960∼70년대 도산공원 건립계획이 진행될 때 도산 관련 자료들을 기증해 조국의 독립기념 사업을 도왔다. 미 교민사회에서도 동포 신문인 신한민보, 흥사단, 3·1여성동지회 등의 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6년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센터에서 수여하는 미국용기상을 한인 최초로 수상했고, 올해 3월 10일에는 LA카운티가 ‘안수산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장례식은 27일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안창호 선생 장녀 안수산 여사 美서 별세
입력 2015-06-26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