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배신의 정치 선거로 심판” 전면전 선언…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입력 2015-06-26 02:56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결연한 표정이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위헌 논란이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와 함께 개정안을 통과시킨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민과의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률안 거부는 물론 정치권 전체와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향후 정국은 야당 반발, 여당 내홍 등과 맞물려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기로 당론을 확정,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그 여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정치권이)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법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고, 헌정 사상 73번째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와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법안에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한데도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권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며 “앞으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개정안 합의 당사자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여당 원내 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원내대표직 퇴진을 사실상 촉구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파장 최소화에 주력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사퇴 요구에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 청와대 식구들과 관계는 개선하겠다”며 사퇴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면으로 비판한 유 원내대표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국민 선전포고” “의회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은 메르스 관련 법안은 처리하되 나머지 의사일정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발언이 모욕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메르스 관련 입법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최고위에서는 메르스법은 처리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의원 대다수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남혁상 하윤해 임성수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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