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성애 비판을 막는 동성애자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서울시 공무원 인권행정강령’을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행정강령안에는 ‘서울시 공무원은 시민들이 동성애 등 어떤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성애자 등 특정 집단의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본보가 25일 입수한 서울시인권위원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인권행정강령안은 공무원 복무규정과 비슷한 개념으로 박 시장의 지시로 추진됐다.
2013년 5월 30일 열린 제2차 서울시인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서울시인권위의 한 위원은 “인권행정강령안의 출발은 시장님 지시로, 영국 경찰공무원들이 쓰는 인권 매뉴얼을 주시고 추진해보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다른 위원은 “인권행정강령은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인권행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해서 몇몇 나라에 있는데 강령의 형태로 제정된 것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권행정강령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비판한 서울시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인권행정강령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느냐’는 질문에 한 위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성실 의무가 있어 관련 규정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면서 “인권행정강령이 선언되고 내부방침으로 정해지면 구속력이 없더라도 규제력은 있다.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행동강령을 위반하면 처벌 받는 것처럼 유사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이 ‘인권행정강령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다른 위원은 “(박 시장) 지시사항이라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고 답했다.
문제는 인권행정강령이 제정되면 단순히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수준을 넘어 공무원들의 동성애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동성애에 우호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은 1900만원의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 ‘공무원 인권행정강령 제정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한국인권재단)에 잘 나와 있다.
한국인권재단은 보고서에서 "인권행정은 행정이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증진은 단순히 소극적으로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시민의 인권이 풍부하고 충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을 뜻한다"고 기술해 놨다.
실제로 서울시 인권기본조례도 '서울시장은 시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관련 시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제4조 제1항)고 돼 있다. 만약 인권행정강령안이 통과되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동성애자들의 인권 침해를 막는 차원을 떠나 동성애에 대해 비판적인 교회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인권행정강령안을 만들기 위해 2013년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5월 자문회의까지 열었다. 시 관계자는 "인권행정강령안이 공무원 윤리강령 등과 중첩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서울시 인권행정이 어느 정도 정착된 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와 잠정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박원순 시장, 동성애 비판 막는 ‘市공무원 인권행정강령’ 제정 시도
입력 2015-06-2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