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단과 그리스가 구제금융 추가 지원을 위한 막판 협상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연금 문제 등 일부 항목에서 양측이 여전히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데드라인’을 향해 가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연 데 이어 유럽연합(EU) 정상들도 회의를 갖고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논의했다. 전날 유로그룹 회의에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그리스가 새로 제출한 협상안에 대해 지난 22일 긴급 EU 정상회의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였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 요구에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그리스는 조기퇴직 제도를 손봐 연금 지급을 개시하는 평균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채권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삭감 요구는 거절했다. 그리스는 세금을 올려 재정수입을 늘리는 데 개혁안의 중점을 뒀지만 IMF는 연금 삭감과 국방예산 축소 등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특정 기관이 우리가 제출한 개혁안을 반복해서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구제금융을 받았던 국가들을 상대로는 없었던 일”이라면서 “채권단은 합의를 원치 않거나 특정한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유로그룹 회의에서 양측이 최종 조율을 시도해 합의안이 나오면 EU 정상회의의 승인을 통해 그리스는 지난 5개월간의 지난한 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이 다시 연장되거나 결렬될 경우 그리스의 앞날은 불투명해진다. 우선 오는 30일까지 갚아야 하는 IMF의 15억 유로(약 1조8650억원) 채무 상환에 빨간불이 켜진다.
265만명의 연금생활자들에 대한 연금지급이 최근 연체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치프라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치프라스 총리 입장에선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연금 삭감안을 수용하기도,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정상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돼도 의회 승인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어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부의 갈등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유럽중앙은행(ECB)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다음달 20일까지 협상이 타결된다면 디폴트는 피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되면 앞으로 남은 IMF와 ECB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고 은행의 예금 대량 인출 사태(뱅크런) 발생 등이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를 인용해 “현재로서는 그리스가 유로존의 멤버로 남을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면서 “그런 시나리오는 그리스 은행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재정 시스템을 파산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연금 추가삭감 없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막판 버티기
입력 2015-06-26 02:38 수정 2015-06-26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