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헵번, 동갑내기 안네에 깊은 죄책감”… 헵번의 아들, 회고록에서 증언

입력 2015-06-26 02:17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사진)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숨진 안네 프랑크와 달리 자신은 나치 치하에서 살아남은 것에 대해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매체 메일온라인은 헵번의 아들 루카 도티가 최근 발간한 회고록 ‘집에서의 엄마 오드리(Audry at Home)’에서 이같이 증언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헵번은 안네와 마찬가지로 1929년생이다. 헵번은 영국 태생, 안네는 독일 태생이었지만 둘 모두 2차대전이 나자 네덜란드에서 살게 됐다. 헵번은 15세 때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식품 배급을 차단하자 2년여간 풀과 뿌리식물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겨우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났을 때 헵번은 170㎝의 키에 몸무게가 40㎏에 불과했다. 헵번의 늘씬하고 마른 모습은 사실 나치 치하의 배고픔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나치 점령기에 헵번은 나치에 맞섰던 네덜란드 레지스탕스를 위해 편지나 신문 등의 운반책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전쟁 2년 뒤 헵번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라는 대본을 받고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동갑내기인 안네가 자신이 살던 근처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아파트 책장 뒤에 숨어살던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과 놀랍도록 일치했기 때문이다. 도티는 “엄마는 자신과 안네가 마치 쌍둥이 자매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죄책감으로 헵번은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악몽을 자주 꿨다. 또 자신의 아버지가 한때 친나치 활동을 한데 대해서도 속죄하는 마음에서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어린이 구호 활동에 앞장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