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까지 낮췄다. 당초 전망치 3.8%보다 0.7% 포인트 낮춘 결과다. 그런데 이 전망치조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는 비상카드가 효과를 제대로 낼 것을 전제로 내놓은 기대치에 가깝다. 추경의 효과는 물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경제적 여파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못한 채 정부가 또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상반기에 정부 재정을 집중 투입해 경기회복을 이끌어내는 식의 경제운용을 하면서 하반기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연초에 제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사실상 개발연대처럼 ‘목표치’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려다 보니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누차 조정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첫해였던 2013년에는 전년도 말 3.0%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가 3개월 만에 2.3%로 한 차례 낮췄다가 다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시 2.7%로 상향하면서 ‘고무줄 전망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도 당초 4.1%라는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으나 7월에는 3.7%로 낮춰 잡았고, 실제 성장률은 3.3%에 그쳤다.
올해 역시 지난해 말 정부가 3.8%라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때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 아니냐는 비판이 높았다. 상반기 중 주요 경제연구기관이나 한국은행 등에서조차 당초 예상한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고, 결국 최경환 부총리도 지난달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긴 하지만 예년 수준(3.3%)은 될 것”이라며 하향 조정 의사를 밝혔다.
이후 메르스 사태로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전망치 하향 조정은 불가피했던 셈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25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미약한 가운데 메르스 사태 등으로 애초 예상했던 성장경로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취업자 증가 수 전망치도 당초 45만명에서 40만명으로 낮췄다. 당초 내수 활성화를 전제로 2.0% 수준으로 예상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7%로 대폭 낮췄다.
그나마도 1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의 효과가 전제되는 전망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안 한다고 봤을 때 올해 성장률이 2%대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역시 규모나 투입 분야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가 되려면 20조원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예측치를 내놓았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성장률 전망 3.8→3.1%… 추경 카드 효과 있어야 가능
입력 2015-06-26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