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 편성의 결정적 계기가 될 정도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경제적 충격은 컸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소비와 서비스업을 위축시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0.2∼0.3% 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세월호 사고 이상으로 경제적 여파가 컸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2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충격에 대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0.2∼0.3% 포인트 정도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9일 경제연구기관장들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분석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 같은 분석은 메르스 발생 이후 급속히 냉각된 소비지표에 근거해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전 2주와 비교했을 때 발생 이후 2주간 백화점 매출은 29.8%, 대형마트 매출은 14.5% 떨어졌다. 관광·문화 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의 위축도 상당했다. 메르스 발생 후 12만명 이상의 해외 여행객이 방한을 취소했고, 6월 첫째, 둘째 주의 문화생활 카드 승인액은 전달 동기보다 31.2%나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로 전달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2012년 12월(98)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CCSI는 100보다 작으면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경제주체들이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보다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주성제 통계조사팀 과장은 “6월부터 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등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된 것이 CCSI 하락의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3.1%인데 메르스로 인한 성장률 하락 효과가 0.2∼0.3% 포인트이기 때문에 메르스 때문에 2%대 성장률로 떨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메르스가 추경의 결정적 계기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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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가 보는 ‘메르스 충격’ 어느 정도?… 성장률 0.2∼0.3%P 하락 우려
입력 2015-06-26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