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임원이 시내면세점 관련 보고서를 낸 증권사 연구원에게 “보고서를 내리라”고 한 것을 두고 외압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일방적인 보고서 내용으로 피해를 입어 항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유통담당 김모 연구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부터 ‘네가 뭔데 현대백화점에 대한 면세점 선정 채점을 하고 누가 유력하다고 말하느냐’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김 연구원은 글에서 해당 부사장이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릴 것,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를 일일이 삭제할 것, 보고서가 잘못된 분석이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현대백화점 측은 김 연구원이 쓴 보고서가 객관성이 결여돼 공정한 심사를 방해할 수 있어 이를 지적하기 위해 담당 부사장이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15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대기업) 7곳을 분석해 점수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7곳의 후보 중 570점을 받아 최하위를 기록했다. SK네트웍스가 949점으로 1위, 신세계가 833점으로 2위에 올랐다. 기존 사업자인 HDC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각각 798점(3위)과 639점(6위)을 받았다. 보고서는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보세 구역 관리역량’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또 운영인의 경영 능력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현대백화점보다 훨씬 높은 기업들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며 “점수 차가 커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를 지적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관세청에서 시내면세점을 둘러싼 과열 양상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 상황에서 해당 연구원이 구체적으로 점수까지 채점해 공표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보고서 내리고 사과하라” 현대백화점 협박 물의
입력 2015-06-2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