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15조+α’ 푼다는데… 애매한 추경 어디에 얼마를 쓸지 아무도 몰라

입력 2015-06-26 02:27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구성찬 기자
정부가 25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포함해 ‘15조원+α’의 재정 보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경의 정확한 규모와 어디에 쓰일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발 경제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정부가 급하게 “추경을 하겠다”는 원칙만 밝혀놓은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지만,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입장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추경안이 확정, 의결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추경 규모, 기금 활용이 변수=정부가 밝힌 ‘15조원+α’의 재정 보강 재원은 크게 추경, 기금 변경, 공공기관 조기투자 3가지다. 발전소 건설계획을 6개월 정도 앞당기는 방식 등으로 이뤄지는 공공기관 조기투자 여력은 기껏해야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5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14조원이 추경과 기금 변경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 사업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추경과 기금 변경의 비중이 정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 규모는 100조원 정도이며 기금별로 한도의 20%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증액할 수 있다. 만약 메르스 재난 대응을 위한 사업이 관련된 기금 한도를 20% 증액하는 선에서 재원이 조달될 수 있으면 이 사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추경 예산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기금 한도 증액으로 이뤄지는 사업이 많게 되면 자연스럽게 추경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추경 규모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정부 당시 기금 한도를 활용한 재정 보강 방식에 대해 정치권에서 “국회 심의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정부 의지대로 기금한도 증액이 충분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심의 난항 예고=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추경 규모를 극대화하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추경은 정부가 강력히 경기부양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메르스 대응을 위한 ‘맞춤형’ 추경에 한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재난 극복과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 리스트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 식’ 추경은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정부는 2013년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90% 이상인 15조8000억원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530조5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570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을 감안하면 나랏빚은 6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에 앞서 “추경을 하더라도 국가부채와 재정건전성 걱정을 하면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추경 규모를 극대화하는 데는 정부와 입장이 같지만, 법인세 인상이라는 조건을 걸고 있다. 이렇듯 삼자의 입장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추경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 안에 추경안이 확정돼 집행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