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똑바로 보자] 美, 메르스 상륙 미리 탐지해 조직적 대응

입력 2015-06-26 02:36
180명과 2명. 25일 현재 우리나라 메르스 환자는 180명이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5월 미국에서도 메르스 환자 2명이 열흘 간격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이 둘은 각각 11일, 9일 만에 퇴원했다. 2·3차 감염도 없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미국은 질병통제센터(CDC) 내에 국제보건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해외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을 탐지하고 응급 대응까지 하고 있다. 40명이 넘는 국제보건 전담 인력과 더불어 60여개국에 330명 이상 인력을 파견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위협적인 감염병에 대해 ‘조기 경보’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 검역 당국은 “언젠가는 미국에 상륙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런 조기 경보 시스템을 바탕으로 나온 말이었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에서 세계보건기구(WHO)나 CDC에 보고된 자료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2차적 정보 수집으로는 능동적이고 신속한 해외 감염병 모니터링과 선제적 검역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미국과 같은 해외 감염병 정보수집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정확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유럽연합(EU) 질병통제센터(ECDC)의 유럽감시시스템(TESSy)이 미국의 CDC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8개 EU 회원국과 3개 유럽경제회원국이 감염병에 관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이 시스템에 보고한다.

일본은 보건담당자를 각국 대사관에 파견해 해당국 감염병 정보를 수집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일본 정부는 국립감염증연구소를 만들어 해외 감염병 연구·교육과 함께 해외 주재원이나 해외 파견 의사를 통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집된 해외 감염병 정보는 각 의료기관에 전달된다. 이는 환자 진료 때 여행 경험을 묻는 등 충분한 문진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메르스 확산을 막은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한 빠른 확진 시스템이었다.

첫 환자는 의사가, 두 번째 환자는 간호사가 각각 환자의 중동 방문 사실을 알고 곧바로 검역 당국에 신고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은 중동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빈번한 인적 교류가 있어 사전에 의료기관에서 감염병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해외 감염병에 대해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감염병 대신 보편적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다”며 “‘3분 진료’ 시스템에서는 환자에 대한 충분한 문진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병원 4곳을 돌아다녔다. 그동안 본인도 의료진도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지 못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