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020 ‘북한이 침략했으니 북침?’… 非한문세대들의 이유있는 항변

입력 2015-06-26 02:13

[친절한 쿡기자] ‘20대, 6·25전쟁 남침인지 북침인지 몰라.’ 매년 6월 25일이면 볼 수 있는 흔한 기사 제목입니다. 이런 기사를 두고 ‘이맘때 나오는 흔한 20대 낚시법’이라는 푸념이 쏟아집니다.

설문 속 ‘남침, 북침’ 단어가 헷갈린 것뿐이지 북한이 침범한지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하소연입니다. 역사도 모르는 개념 없는 20대라는 낙인에 대한 항의기도 하고요.

올해도 여지없이 한 취업 사이트가 ‘20대 절반이 6·25전쟁이 남침인 줄 모른다’는 설문 결과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각종 포털 사이트에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20, 30대가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 퍼진 이 기사에도 “억울하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 네티즌이 “역사를 모르는 게 아니고요. 우린 단어를 모르는 거예요.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걸까, 남한이 북한을 침략한 걸까’라고 물어보세요. 이런 결과 절대 안 나옵니다”라는 글을 남겨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포털에서 남침이나 북침을 치면 단어의 뜻을 묻는 글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 글마다 이런 답변이 하나씩은 꼭 달려있습니다. “남침, 북침이 헷갈릴 땐 ‘X침’을 생각하면 됩니다. 손가락이 엉덩이를 침략하는 거니깐 당한 쪽에 ‘침’을 붙이면 됩니다.”

남침, 북침이 혼동되는 이유는 주어가 생략된 한자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남침’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자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 뭐든지 줄이는 인터넷용어가 친숙한 요즘 세대에는 남침이 남한 침략의 약자라고 생각하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참에 남침, 북침이라는 한자 말고 한글로 용어를 재정립하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두 단어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년 전 이맘때쯤 한 고등학교 교사가 SNS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고교생 70%가 6·25전쟁이 남침, 북침인지 모른다는 기사를 접한 뒤라고 하네요.

“보충수업 중인 아이들에게 ‘6·25 누가 쳐들어온 거냐’ 물었더니 ‘북한이 남한에 쳐들어왔다’라고 다들 답변합니다. 그래서 ‘그럼 그걸 북침이라고 할까, 남침이라고 할까’ 했더니, 다들 ‘북침’이라고 합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개념이 없다”고 나무라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개념’의 원인이 단어 모호성 때문이라면 더욱 그럴 테고요. 내년 6월 25일에는 ‘북한의 남한 침범이냐, 남한의 북한 침범이냐’고 조금 더 친절하게 물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