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가하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최대 고비를 넘었다. 미 상원은 24일(현지시간) TPP 협상을 뒷받침할 핵심 수단인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 찬성 60표, 반대 38표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이미 하원도 통과한 상태다.
신속협상권으로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의 내용을 미 의회가 수정할 수 없고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해 TPP 협정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일본 호주 등 주요 TPP 참가국들은 TPA가 없을 경우 정부 간 협정이 타결되더라도 미 의회에서 번복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TPA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TPP 협상은 교착 국면을 벗어나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TPP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응,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존의 미국 주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구상하는 외교안보 전략의 주요 수단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인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의 핵심 정책수단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TPP에 회의적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그 이유로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면서 “TPP가 실패한다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응할 수단은 군사력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예상과 달리 성공적으로 출범할 공산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에 TPP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AIIB의 성공과 대조적으로 TPP가 타결에 실패하면 아시아 국가들에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과 영향력 퇴조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TPP 타결을 국정 최고 어젠다로 삼아온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정치적 승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 달 중 이 무역협정을 체결해 연내 의회 비준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경제 규모의 40%에 육박하는 환태평양 중심 거대 경제공동체 출범이 임박하면서 우리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TPP 1라운드 협상이 타결된 이후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추가 가입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상황에서 추가 협상 전략, 1라운드 협상 참가국 설득 등 준비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TPP 창립 멤버는 되지 못하겠지만 미국과 일본 등 창립 멤버 주요 나라들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면서 “최근 일본과의 관계 회복도 TPP 가입을 위해 좋은 신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제11차 TPP 전략 포럼을 열고 TPP 1라운드 협상 진전에 따른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조만간 산업부, 외교통상부 등 관계 부처 합동의 TPP 대응팀을 발족할 예정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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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美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VS AIIB(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G2 경제 패권
입력 2015-06-26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