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68)의 아내 정수경(54)씨는 이혼소송을 3차례나 제기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정씨는 처음엔 미국 법원에 냈다. 2007년부터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2010년 미 법원은 이혼을 받아들였다. 정씨는 이어 우리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3년 기각했다. 나훈아의 책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근데 그 후에도 남편을 만나지 못하자 정씨는 지난해 10월 다시 국내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나훈아는 미국에서는 이혼남이고, 한국에선 유부남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은 혼인생활이 파탄 나면 책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허가하는 파탄주의(破綻主義)를 채택한 반면 한국은 파탄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소송은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有責主義)를 택하고 있어서다.
우리 민법은 협의이혼과 달리 재판상 이혼에 대해서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등 6가지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바람피운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주의 판례는 1965년 확립돼 50년간 이어져 왔다. 외도한 남편이 재산을 빼돌리고 아내를 버리는 ‘축출(逐出)이혼’을 막기 위해서다.
시대가 흐르면서 여성 지위가 많이 변했다. 사회 인식도 바뀌었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감정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많다. 이 때문에 파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는 파탄주의를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불륜 배우자의 이혼 청구 사건과 관련해 판례 변경 여부를 놓고 26일 공개변론을 연다. 국민생활의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는 사안이라서 공개변론은 생중계된다. 지난 2월 간통죄 위헌 결정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새로운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대법원, 불륜 배우자 이혼소송 생중계
입력 2015-06-26 02:10 수정 2015-06-2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