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호 FNC엔터 대표 “3대 연예기획사요? 따뜻한 기업이 목표예요”

입력 2015-06-27 00:13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FNC 사옥에서 ‘심부름 두 번째 이야기’ 2CD버전 발매에 대해 설명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대표는 “오병이어 기적처럼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FNC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강민석 선임기자
위부터 씨엔블루(이정신 이종현 정용화 강민혁)와 걸그룹 AOA(유경 민아 찬미 유나 설현 혜정 지민 초아). FNC 제공
배우 이동건 이다해. FNC 제공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주니엘, AOA, N.Flying.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한솥밥’을 먹는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2014년 ‘응답하라 1994’로 인기를 모은 배우 정우와 개그맨 송은이에 이어 ‘으리으리’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이국주, 문세윤, 정형돈까지 합류함에 따라 대세 예능인 라인업을 확충했다. 연기와 음악 등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넘쳐나는 이 연예기획사는 바로 에프엔시(FNC)엔터테인먼트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FNC를 이끌고 있는 한성호(42) 대표를 만났다. 그는 비록 꿈꾸던 가수는 되지 못했지만 ‘아이돌밴드 미다스의 손’이 됐다. 창립 9주년을 맞은 FNC는 SM과 YG에 이어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사다.

“FNC는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의 첫 글자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Fish & Cake)의 기적을 의미합니다.”

회사 이름은 한 대표의 15년 전 서원기도에서 비롯됐다. 명지대 중어중문과에 들어가 교수를 꿈꾸던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교내 밴드 ‘화이트홀스(백마)’였다. 작곡가 이경섭씨를 만난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98년 녹음부터 믹스, 마스터링을 다 마친 곡(투 헤븐)이 조성모에게 넘어가면서 한 대표의 인생은 ‘못다 핀 꽃 한 송이’ 신세가 됐다.

술과 방황이 그의 청춘을 옭아맸다. 그의 외가는 3대째 기독교 집안이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어머니는 시댁이 믿지 않는 집안이라 교회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새천년이 시작 된 그해 어느 날 한 대표의 어머니는 서울 양천구 목동반석교회에서 예전의 신앙을 회복하고 아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함께 교회에 가자는 어머니의 호소에 아들은 새벽 예배당을 찾았다. “긴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저를 보고 수군거리더군요. 그렇게 5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뜨거운 불기둥 앞에 고꾸라져 이제까지의 죄를 고백했습니다. 그때 저는 ‘만일 음악을 다시 하게 된다면 하나님을 위해 쓰임 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한 대표는 결혼 후 서울 방배동으로 이사해 로고스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작곡을 한 것이 지금의 기적을 낳는 촉매제가 됐다. 당시 작곡비로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았는데 몽땅 감사헌금으로 냈다.

2006년 12월 그는 마침내 FNC뮤직(2013년 FNC엔터테인먼트로 전환)을 설립했다. 고비도 많았다. 씨엔블루가 나오기 전 30억원의 부채를 져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한 대표는 철저한 신앙생활을 무기로 역경을 견뎠다. 3년 전 매출 32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매출 600억7000만원을 돌파했으며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FNC는 현재 직원 150여명이 근무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 대표는 매주 월요일 신우회 회원 30여명과 함께 오전 9시30분에 예배를 드린다. 2008년 11월 국제개발 NGO 기아대책을 통해 해외 아동과 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결연아동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지금은 70명의 아동과 결연하고 있다.

“착한 콘텐츠를 만들고 따뜻한 기업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만원을 버는 사람이 평소 1000원을 기부하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10억원, 100억을 벌더라도 1만원조차 기부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한 대표가 생각하는 ‘착한 가치’ 덕에 소속 연예인들도 꾸준히 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씨엔블루는 기아대책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후원으로 제3세계에 학교를 건립하는 ‘LOVE FNC 스쿨’ 프로젝트는 2012년 4월 씨엔블루의 후원으로 1호 학교가 처음 문을 연 후 필리핀에 2호 학교를 세웠고, 에콰도르에 3번째 LOVE FNC가 이어지고 있다.

FNC는 지난달에는 CCM앨범 ‘심(心) 부름 2’를 발매했다. 심부름은 하나님께 마음이 부름 받았다는 뜻으로 한 대표가 2009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지난 24일에는 ‘제7회 대한민국코스닥상’에서 최우수사회공헌기업상을 수상했다. 25일에는 심부름 2번째 이야기 2CD버전이 나왔다. 지난 4주간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됐던 CCM이 수록됐다. 백지영 윤민수 장나라 등 명품 보컬리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감동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받은 모든 은혜는 어머니 전금자(68) 권사의 기도가 맺은 열매”라고 자랑했다. 한 대표는 출근하기 전 교회에 들러 기도한다.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한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꿈 실현을 위해 땀방울을 흘리는 고달픈 청춘들과 그들의 뒤에서 기도하고 있을 모든 어머니들에게 사랑과 애정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꿈이 없는 인생은 쓰지만 희망과 꿈은 인생의 사탕입니다. FNC는 엔터테인먼트계 구원의 방주가 되고 싶습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