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59·끝) 네 이웃을 사랑하라-조지아 정교회 수도원에서의 만찬

입력 2015-06-27 00:15
독립국가연합(CIS) 조지아 남서쪽 자르즈마 수도원. 문종성씨는 눈보라 치던 밤 이 수도원에서 큰 환대를 받고, 그리스도인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체험했다.

“형제여, 환영합니다.”

2012년 11월, 조지아 남서쪽에 위치한 ‘자르즈마 수도원(Monastery of Zarzma)’. 겨울 조지아 여행 중 최고의 만찬이 기다리고 있던 곳이다. 물론 예약은 없었다. 그렇지만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밤, 교회 문을 두드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미소와 함께 안으로 안내되었다. 낯선 이방인을 보자마자 추운 날씨에 여행자는 오지 않는 이곳까지 발걸음을 했다는 이유로 얼른 난로 옆에 앉으라며 배려해 준다. 나는 이것을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한 형제 사랑, 이웃 사랑이라고 여긴다.

조지아의 기독교 역사는 기원 후 55년, 예수의 열두제자 중 시몬과 안드레가 복음전파를 위해 이곳에 발을 딛는 것으로 시작된다. 국교로 선포된 4세기(337년) 이래 조지아 구석구석에 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세워졌다.

자르즈마 수도원은 동굴도시 바르드지하에서 차로 약 1시간30분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수도원은 6∼7세기 세라피온 자르즈멜리(Serapion Zarzmeli) 수도사에 의해 설립됐다. 기록에 따르면 기적에 대해 회의를 품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단지 적대적인 이방인일 뿐이었으나 그의 등장 이후 바위가 깨지고, 홍수가 나면서 그를 받아들였고 마을에 큰 교회와 종탑이 세워졌다고 한다.

나로서는 조지아 문화와 역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수도원에서 하룻밤 보낸다는 자체가 퍽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녁 만찬시간. 감자볶음이 바삭바삭하니 아주 맛있었다. 조지아의 피자는 전 세계 동급 최강의 맛을 자랑하는데, 치즈와 크림 등 토핑이 담뿍 들어간다. 여러 수제 빵과 잼들의 맛은 감히 글로 표현할 것이 아니었고 로즈 티는 무척 향기로웠으며 알 수 없는 몇 가지의 전통 음식들은 오감을 즐겁게 했다.

성탄절 전 40일, 부활절 전 49일 동안 고기 및 우유나 치즈 등 육류관련 제품을 먹지 않는단다. 수행하는 종교인들이라고 일반인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들의 영역 안에서 더욱 아름답게 품어주는 정교회 형제 콘스탄틴과 바실리 덕에 나는 안온한 밤을 맞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은 주일이었으므로, 나는 정교회 미사에 참석해 내 나름대로 프로테스탄트적인 예배를 드렸다.

몇 곳의 조지아 정교회들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간단하면서도, 현대 교회들도 쉬이 잊고 사는 “내 이웃을 사랑하라”, 이것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는 게 감사할 뿐이다. 물론 정교회와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교리는 다른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내가 주목한 것은 너와 내 편을 나누는 교리가 아닌 사랑이었다.

문득 2003년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을 때 버선발로 반겨주던 시골 교회 목회자 부부와 방문자에게 차갑게 대하던 중대형 교회 교역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하는 수많은 교회들이 주변의 이웃에게 더 따뜻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랑이 깊은, 그런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

‘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 주신 문종성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