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현장점검 효율화하고 거래자 보호 확대할 것”

입력 2015-06-26 02:37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예보 접견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우리은행 매각 방안 등 현안과 향후 소비자보호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태형 선임기자
금융기관이 위기에 처할 때 빠지지 않고 해결사로 등장하는 곳이 예금보험공사다. 외환위기 때가 그랬고, 4년 전 저축은행 사태 때도 공적자금이라는 실탄을 메고 소방수로 나섰다. 이런 예보가 요즘엔 언론에 등장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예금보호자로서, 금융기관 안전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 우리은행 매각이란 난제가 또 기다리고 있다. 10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도 여전히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곽범국 예보 사장을 19일 서울 중구 예보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현안을 물어봤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 국고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금융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답게 현안을 설명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취임사에서 직원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일구자고 했는데.

“간부들이 직원들하고 얼마만큼 조직의 비전이나 목표를 공유하는지가 중요하다. 간부와 실무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의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직의 역동성을 극대화하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전체 체육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 내 관심사인 우리은행 민영화는 벌써 15년째 지지부진하다. 하반기부터 진행될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할 나름의 복안은 있나.

“여러 차례 경영권 매각이 실패한 데서 알 수 있듯 우리은행 민영화는 낮은 주가와 불충분한 투자 수요 등 여러 제약조건 하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가급적 조속히 처리할 과제이기도 해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서는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제고돼야 한다. 앞으로 시장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경쟁 은행 대비 우리은행의 취약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은행과 함께 고민해 보겠다.”



-우리은행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전에는 자신들이 우리사주를 통해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팔리지 않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요체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투자증권 등 알짜배기 계열사들을 쪼개 파는 바람에 인수 주체들이 은행만 달랑 인수해 무슨 매력을 느끼겠느냐고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2004년 제가 공자위에 있을 때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시 가장 비중 있게 본 건 볼륨이었다. 그때는 덩치가 너무 컸던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충족하는 해법은 없다. 경남·광주은행 등 자회사가 팔렸다는 건 나름 시장에서 그런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미 시간이 지나서 그 자체에 대한 민영화를 부담으로 생각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결국 매각이라는 것은 시장 여건에 화답해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과정이 돼야 한다. 우리은행 구성원들이 민영화를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3∼4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마무리한 뒤 요새 예보는 신문지상에서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금융기관에 문제가 있어야 예보가 등장하는 것인가.

“예보의 기능이 없어진 건 아니다. 파산 재단의 경우 부채정리 기관에서 가장 많은 정리를 했다. 부채 5조3000억원 정도를 작년에 감축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많이 한다. 물갈퀴 밑에서 발처럼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다. 위기는 예고하고 오는 게 아니다. 조용히 있지만 지금 시기에 준비하지 않으면 정작 예기치 않은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갈 길도 멀다.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해야 하고 난제도 아직 많다.”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훌쩍 넘었다. 가계가 파산해 빚을 못 갚고 은행이 망하면 예보가 활동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대비하는 것은 있나.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큰 고민 중 하나인 건 맞지만 상환 능력에 대해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만기가 돌아오면 일시 상환하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는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처럼 은행도 원금과 이자를 서서히 갚아나가는 패턴으로 바뀌는 것 같다. 경제가 성장해서 갚아나가는 게 해법이다.”



-지난 1일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제가 강조한 것은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고 안전성을 담보할 때 기금의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은행도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예보는 이를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시그널을 업계에 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회사 부담 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검사·제재 개혁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예보도 금감원을 통한 시정조치보다 금융회사 자율개선 유도 점검기간 단축, 의견진술권 강화 등이 담긴 ‘현장점검 방식 개선 및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저축은행들이 저금리 상황, 부실 구조조정 완료 등을 이유로 예보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늘 위기가 지나가면 잊는다. 기본적으로 보험료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관행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 두 번의 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느낀 점은 막대한 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과거를 쉽게 간과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예보료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예금자보호기금이란 것은 나중에 위기에 대비하는 자금도 되고 외부에 신인도를 반영하는 척도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3분기 연속 흑자가 났다고 들었다. 비용을 생각하는 업계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간 국민들이 짊어졌던 부담을 생각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증권업계는 증권금융에 별도로 예치된 증권투자자예탁금이 예보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국민에게 진 빚을 아직도 갖고 있는데 거기서 빠지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제외할 경우 외환위기 극복 과정과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 및 특별계정 재원 조달에 차질이 생긴다. 이는 타 업권에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다. 정말 국가나 금융시장 안정을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업권만 생각할 게제가 아니다. 업계의 요구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나 이 역시 국민을 생각하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오히려 더 확대해서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패턴에 맞게 국민들을 보호하도록 하는 트렌드로 가는 게 맞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도 투자자 안정기금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장내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을 예보 대상에 포함할 필요성은.

“2010년도에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있다. 보험상품 하나하나를 법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그 부분도 우리가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예탁금하고 전혀 차이가 없다. 파생상품 시장이 커지면서 거래를 위한 예수금이니까 예탁금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선물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중단 시기는 있지만 예전에 했던 상품이고 지금 커진 파생상품 위상을 생각하면 거래자 보호 필요성이 커졌다. 4∼5년 동안 여러 이유로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시킬 제반 여건이 성숙했다. 주식시장 여건도 나쁘지 않은 데다 대의를 위해 증권시장 전체의 신뢰도 제고라는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엊그제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재작년 C에서 A로 등급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부채도 공기업 전체 감축 규모 5000억원의 10배가 넘는 5조3000억원이나 된다.

“예보가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내다가 부채 중점관리 기관으로 지정돼 처음 C를 받았다. 지난해 김주현 사장 지휘 하에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5조3000억원 감축한 것이 만만한 게 아니다. 회수와 배당을 무난히 했다는 건 역시 예보 임직원이 갖고 있는 능력을 대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예보가 새롭게 개척할 블루오션이 있다면.

“금융이 점점 복합화·겸업화하는 추세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실효성 있는 예보제도 운영에 어려움이 에상된다. 예금자뿐 아니라 보험계약자 투자자 등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업권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통합예보제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