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세종시 국세청 청사 인근에 전시된 위 예술작품이 의미하는 것은?
①새로운 시대의 창을 두 손바닥으로 열어젖히는 시대정신을 표현.
②돈을 낼 수 없다는 손사래질.
국세청이 생각하는 정답은 ②번이다. 이 때문에 수억원짜리 예술작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국세청은 세종시로 이주했다. 정부는 국세청 청사 앞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한다는 취지로 예술작품 공모를 했고, ‘역사의 창을 열며’(사진) 등 6개 작품을 선정했다. 6명의 작가가 공동 응모한 이 예술품 구입을 위해 정부는 11억360만원을 썼다.
그러나 품격 높고 예술성을 갖췄다는 이유로 설치된 6개 조형물 중 ‘역사의 창을 열며’ 등 2개 작품이 국세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을 형상화한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또 다른 작품은 직원들 사이에 ‘저승사자 상’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여기에 세종시 이주 이후 현직 세무서장 성매매 파동, 세무조사 비리 등 문제가 끊이지 않자 2개 작품에 대한 국세청 직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결국 국세청의 의지로 이 2개의 작품은 지난달 국세청 앞에서 100여m 떨어진 대로변으로 옮겨졌다. 정부 내 ‘미술작품운영위원회’는 이전 직전 회의를 열고 ‘행정자치부, 해당 작가와 의견 조율 및 협력을 통해 이전을 진행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전 직전 국세청 측과 통화한 한 작가는 24일 “이전시키겠다는 통보만 있었다”면서 “씁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주변 녹지 공간 확보를 위한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며, 작가 측과 협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관가 뒷談] 국세청 앞 조형물이 옮겨진 까닭은
입력 2015-06-25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