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이종걸 ‘태업’… ‘최재성 후폭풍’ 심상찮다

입력 2015-06-25 03:1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무총장에 최재성 의원을 임명하면서 당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최재성 카드’에 반대해온 이종걸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 거부 의사를 밝혔다. 4·29 재·보궐 선거 전패 이후 당 수습을 위해 단행한 인사가 오히려 계파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전날 문 대표의 인선을 공개 비판한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를 향해 “분열의 정치를 한다면 당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의 정치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로서는 최고위원회의는 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역할은 그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회의에는 이 원내대표뿐 아니라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수석사무부총장과 박광온 비서실장도 불참했다. 특히 김 부총장은 수차례 고사 입장을 밝혔으나 문 대표가 임명을 강행하면서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공갈’ 막말 사태 이후 회의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유승희 최고위원마저 불참했다. 회의는 말 그대로 ‘반쪽 최고위원회’가 됐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원내대표의 불참을 두고 “다 잘될 것”이라면서 “(최 총장도)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자신이 복무했던 서울 강서구 소재 제1공수특전여단을 찾는 등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표는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의장의 경우 당초 강기정 의장의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노들에게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인사는 특정 계파가 독점하고 편한 사람과만 함께 가겠다는 신호탄”이라며 “분당의 빌미를 주지 않는 인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실망을 안겼다”고 비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친노를 대표하는 상황에서 공천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도 친노에 맡겼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역행하는 인사”라고 말했다. 특히 최 총장이 2010년 지방선거 때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한 것을 언급하며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 내분이 심해지면서 ‘천정배 신당’ 등 당 바깥의 원심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갈등의 ‘핵’이 된 최 총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인사도 안 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코멘트하기 어렵다. 지금은 입이 ‘화’의 문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