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멋진 콤비를 이룬 삽화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 세계를 종합한 책이다. 하루키 팬이라면 미즈마루란 이름과 그림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미즈마루는 1981년 단편소설 ‘거울 속의 저녁노을’의 삽화를 그리며 하루키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3월 7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0년 넘게 하루키와 공동 작업을 했다.
하루키는 “미즈마루씨는 내 속에 잠재한 ‘세상에 도움은 전혀 안 되지만, 이따금 저쪽에서 멋대로 불어오는, 그다지 지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종류의 별난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동정적으로, 컬러풀하게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며 “나한테는 소울 브라더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하루키 책 작업 가운데 미즈마루가 선정한 ‘베스트 30’이 실려 있다. 1위는 일본 잡지 ‘BRUTUS’ 표지에 실린 ‘달리는 무라카미씨’(그림)다. 미즈마루가 하루키와 나눈 긴 대담, 하루키에 대한 미즈마루의 글과 인터뷰들도 수록돼 있다. ‘하루키 월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이 책을 대해도 좋을 듯 하다.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이란 유머러스한 부제가 그의 화풍을 잘 설명해준다. 미즈마루는 자신의 창작 태도에 대해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 시점에서 최고의 완성도’라고 생각했을 때, 작업한 그림을 넘깁니다… 저는 반쯤 놀이 기분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더군요”라고 설명했다.
미즈마루가 그린 표지 그림과 삽화, 전시작, 만화, 여행기와 에세이 등을 만날 수 있다. 미즈마루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일본 평론가들의 대담, 동료나 후배들의 추도사도 수록됐다.
김남중 기자
[그림책-안자이 미즈마루] ‘하루키 소울 브라더’ 미즈마루의 그림 세계
입력 2015-06-26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