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잡을 수 없이 번진 메르스 사태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의료체계가 접하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는 이미 무너져 있던 의료시스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민아 중앙대 보건사회의료학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로 우리 사회에 부재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드러났다”며 “보건정책이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철학적 기반을 놓치다보니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집단을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공공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19개다. OECD 24개 회원국의 평균(3.25개)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이 75%인 반면 우리는 10%를 밑돈다.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정부 통제를 받으면서 방역 최일선에서 뛸 선수인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있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전국에 38곳뿐이다. 이 가운데 지방의료원 33곳은 평균 건축연수가 20년에 육박하고, 이곳에서 일하려는 의료진이 없어 인력난에 허덕인다. 첨단장비가 부족한 데다 진주의료원처럼 적자라는 이유로 가차 없이 문을 닫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여기에다 1∼3차 병원끼리 자유롭게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하는 체계가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각 병원은 환자 정보를 알 수 없다보니 속수무책이었다.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주치의나 단골의사제 등 한 사람의 생애 전반을 보면서 건강을 돌봐주는 역할이 없다”며 “주치의나 단골의사를 위한 보상책이나 유인구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의료서비스보다 대형병원 키우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건산업정책 비전은 ‘세계화’ ‘융합’ ‘신시장 창출’ 등이다. 병원과 의료시스템을 산업으로 바라보고, 수출과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디에도 공공의료서비스가 낄 자리는 없다.
이재호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보건의료 정책의 기조가 ‘의료의 산업화’여서 대형병원의 활동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기조에서는 병원을 수출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등 대형병원에 유리한 정책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가 부실하고 주치의 제도도 없는 상황에선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미나 신훈 최예슬 기자 mina@kmib.co.kr
[메르스 사태 똑바로 보자] OECD 평균 공공병원 비중 75%, 한국은 10% 안돼
입력 2015-06-2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