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최저임금 1만원 對 5580원 줄다리기… 노동 “생활안정 보장” 경영 “지불능력 없다”

입력 2015-06-25 02:23

1만원(노동계 주장)이냐 5580원이냐(경영계 주장). 오는 29일 최저임금위원회 법적 활동 시한을 앞둔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쪽 주장의 가장 큰 간극은 최저임금의 역할과 기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기업의 지불능력, 즉 임금을 줄 수 있는 능력이나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현실론 중 무엇이 우선되는 것일까.

◇대폭 인상론의 근거, “한국 최저임금은 여전히 낮다”=최저임금위 협상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은 24일 성명을 통해 노동생산성이나 생계비 등에 최저임금을 인상할 요인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영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실제 시급 5580원인 최저임금은 미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근로자는 가정을 꾸리고 있다. 2인가구나 3인가구의 생계비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0%대로 더 떨어진다. 국내 전체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에 비교해도 시급 5580원은 35% 수준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는 빅맥 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36으로 호주(3.18) 네덜란드(2.52) 일본(2.4)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스페인과 그리스, 스위스 정도였다.

◇동결론의 이유, “임금 높여줄 여력 없다”=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높일 만큼 노동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최저 임금의 절대 수준보다는 과거 대비 상승률에 더 무게를 두고 보는 편이다. 최근 4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계속 6∼7%대를 기록하면서 이미 경영상 부담이 커질 대로 커진 반면, 그에 걸맞은 생산성 상승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저임금 영향을 크게 받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거나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기업의 지불능력이 없는데 임금을 높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경기 위축이 더 심화되는 상황도 또 다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강조했던 정부는 왜?=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은 매년 반복되던 일이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론의 불씨는 지난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폈다. 계속되는 내수경기 부진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근로자는 결국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이들이 돈을 쓸 능력이 생기지 않는 한 내수경기 활성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노동계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로 이어져 다시 기업의 임금 지불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려면 일단 자영업자나 영업이 부진한 업종 등에 대한 지원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한 관계자는 “소득 증대가 절실하지만, 그 소득을 제공할 주체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