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위해 IT기술 배우라고?… 실효성 없는 무책임한 대책

입력 2015-06-25 02:24
정부가 24일 내놓은 인문계 전공자 취업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과 같은 신조어는 인문계 전공자들의 취업난 실태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인문계열 전공자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45.5%, 사회계열 전공자의 취업률은 54.1%로 공학계열 전공자 취업률(65.6%)보다 10∼20% 포인트 정도 낮았다. 이 같은 인문계 전공자의 취업난은 기업의 인력수요가 이공계 중심으로 변화하는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2013년 기준으로 4대 그룹 신입사원 채용 현황을 보면 전체 신입사원 중 인문계 전공자의 비율은 15∼30% 수준이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한국고용정보원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6만1000명이 시장에 과잉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에 인문계 전공자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인문계 전공자가 이공계 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3학년 대학생들에게 대학 차원에서 전공교육뿐 아니라 기술훈련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취업 아카데미에 IT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을 교육하는 인문계 특화과정이 신설된다. 올해 약 20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문계열 학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공계 분야로 복수전공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일부 대학이 인문계와 이공계 사이 복수전공 선택의 장벽을 여전히 두고 있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인문학을 오랫동안 공부해온 학생들이 단기적으로 IT 지식을 공부한다고 해서 이공계 학생과 취업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적성, 선호도를 무시하고 취업을 위해 인문계 학생들이 이공계 지식을 공부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대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인문학과 공학의 융합 교육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인문학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제고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으로 취업률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