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이라고 낙관했던 보건 당국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환자가 속출하자 “추가 확산의 갈림길”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까지는 대책본부가 진정세로 판단했지만 현재는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지) 답을 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추가 확산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큰 갈림길에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이 움츠러든 이유는 메르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4명이 나왔다. 지난 20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없었지만 이후 꾸준하게 환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메르스 관리망’ 밖에서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된 178번 환자(29)는 지난달 18∼29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평택박애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했던 아버지(62)를 간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감염 경로도 불투명한 상태다. 건국대병원에서 감염된 176번 환자(51)도 관리 대상에서 누락된 경우다. 관리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격리자는 전날보다 298명 증가한 3103명으로 늘어났다.
보건 당국은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구리 카이저재활병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 반장은 “이 병원들의 환자 발생 추이를 보고 (메르스 진정세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동성심병원은 보건 당국의 관리망에서 누락됐던 173번 환자(70) 때문에 ‘요주의’ 리스트에 올랐다. 이 환자는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76번 환자(75)에게서 바이러스를 옮은 뒤 동네 의원과 약국 등을 거쳐 강동성심병원에서 메르스로 확진됐다. 이 환자와 접촉한 인원은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리 카이저재활병원은 170번 환자(77)가 입원했다. 이 병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결혼식장이 같은 건물이어서 확산 우려가 높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메르스 재난] “추가 확산 여부 갈림길 섰다”… 낙관하던 당국 ‘신중모드’로
입력 2015-06-25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