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노출이 의심되는 70대 환자를 넘겨받아 응급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의료진은 메르스 감염 우려 속에 5㎏이 넘는 방호복을 포함해 세 겹이나 되는 수술복을 입고 7시간 넘게 악전고투를 벌였다. 주요 병원들이 메르스 발생·경유 병원 환자의 진료와 수술을 꺼리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치료로 환자의 생명을 지켜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일 대구에 사는 전모(72)씨가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간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간경변과 담도경화증(염증으로 쓸개관이 망가지는 병)을 앓고 있는 전씨는 유일한 치료법인 간이식을 위해 지난 1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슈퍼전파자 14번째 환자로부터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메르스 사태의 정점에 있었다. 전씨도 메르스 노출이 의심돼 ‘능동 감시 대상자’로 지정됐다.
그러다 지난 11일 간과 콩팥 기능이 갑자기 악화됐다. 이식 수술이 시급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처로 수술을 할 수 없었고, 여러 병원에 전씨의 전원 및 간이식 수술을 문의했으나 번번이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 기다림 끝에 간 기증 뇌사자가 나타났지만 그가 있는 병원은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장기 적출을 위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분당서울대병원에 문의했고, 병원 측은 전씨의 간이식 수술을 받아주기로 했다. 수술을 집도한 암센터 간이식팀 한호성 교수는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없었지만 언제든 확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의 병원 진입부터 중환자실 입실, 수술실 이동 과정을 철저히 관리했다. 음압시설이 갖춰진 수술장도 긴급히 마련했다. 더 큰 문제는 수술이었다. 의료진은 수술복 위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그 위에 수술가운(스크럽)을 껴입어 ‘삼중 방어막’을 쳤다. 수술 장갑도 찢어질 수 있어 세 겹으로 꼈다. 수술용 확대경에 보호안경까지 착용하자 안경 내부에 습기가 차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한 교수는 “세 겹 수술복을 입고 장시간 수술하다 보니 속옷까지 완전히 땀으로 젖었다. 노출될까봐 땀도 닦지 못하고 수술이 끝날 때까지 참았다”고 했다. 한 간호사는 바이러스 차단용 N95마스크를 쓴 채 7시간 넘게 수술을 지원하다 급기야 탈진했다.
전씨는 현재 음압격리된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했으며 호흡도 스스로 하고 있다. 방호복을 입고 N95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이 그를 돌본다. 한 교수는 “잠복기가 지났다 해도 안심할 수 없어 이틀에 한 번씩 메르스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식환자들은 면역억제제를 쓰기 때문에 발열 등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의사·간호사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강동경희대병원에는 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병원에서 간호사 15명이 파견 근무를 자원해 투입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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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싸우는 사람들] ⑦ 분당서울대병원 간이식팀
입력 2015-06-25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