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KBS 잘 나가는 프로 베끼기 논란 이어 ‘너를 기억해’ 시작부터 표절 잡음

입력 2015-06-25 02:23

[친절한 쿡기자] KBS 드라마가 첫 방송부터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 작가 지망생의 시나리오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인데요. 네티즌들은 시시비비보다 “이번에 또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사진)는 지난 22일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표절 논란은 방송 직후 벌어졌죠. 작가 지망생 정다희씨는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스탭님 꼭 봐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과거 CJ E&M 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과 CJ E&M이 제작하고 KBS에서 방송 중인 ‘너를 기억해’의 소재가 너무 똑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씨의 말대로 소시오패스 두 형제가 프로파일러 부모 밑에서 오랜 기간 지하실에서 갇혀 산다는 설정이 비슷합니다. 정씨는 “제작진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너를 기억해’의 권기영 작가는 정씨의 글이 오른 지 4시간 만에 “내가 먼저 저작권을 등록했다”며 표절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KBS도 곧이어 “정씨가 공모전에 시나리오를 제출할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드라마 제작을 논의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LTE급 속도’로 해명했지만 표절 의혹을 말끔히 없애기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제작진은 “드라마 관련 작업을 정씨 공모전 제출 날짜보다 훨씬 이전부터 했다”고 했지만 증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 공모전에서 탈락한 작품을 전부 폐기했다고 밝힌 것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두 작품이 2014년 7월 17일과 8월 21일, 한 달 차이를 두고 저작권을 등록한 것도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KBS의 표절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다른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조금 다듬어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MBC의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를 따라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고요. 조용히 종영한 ‘마마도’ ‘레이디액션’ ‘근무 중 이상 무’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최근 시작된 ‘어 스타일 포유’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비슷합니다. 이러니 시청자 사이에서 “KBS 표절 논란은 이제 지겹다”는 말마저 돕니다.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표절 시비 같은 도덕적 논란에서 더욱 철저해져야 합니다. 수신료를 받는 안정적인 제작 구조인데 ‘따라쟁이’라는 꼬리표는 불명예스러운 것 아닌가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