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황제 밑에서도 기죽지 않는 리커창… 총리 취임 2년 전문가 호평

입력 2015-06-25 02:56

리커창(사진) 중국 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국가주석이 정치·외교·국방 등을 총괄하고 총리가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 왔다. 장쩌민-주룽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를 거치면서 굳어진 전통이다.

주룽지 총리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진두지휘했고,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원자바오 총리 주도로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나왔다.

공산당 서열로는 주룽지, 원자바오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이어 3위였지만 현재 리 총리는 서열 2위로 올라서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경제까지 직접 ‘개입’하면서 리 총리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3년 11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가 끝난 뒤 발표된 ‘결정 문건’은 대부분 거시경제가 주제였지만 시 주석 명의로 발표됐다. 시 주석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리 총리가 전임자들만큼 각광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세계 2위의 경제를 운영하는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3년 3월 국무원 총리로서 정부를 이끈 지 2년이 지나면서 전문가들의 후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리 총리는 과거 수출과 자본 투자에 의존하던 중국의 국가개발 모델을 국내 소비 위주로 개편하고 있다.

홍콩 소재 투자회사인 보콤인터내셔널의 훙하오 투자전략가는 “경제구조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소비가 빠른 성장에 가장 큰 기여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취임 후 과감한 개혁을 통한 국가의 시장개입 차단, 창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13년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매일 1만개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SCMP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리 총리가 시 주석의 그늘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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