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입찰담합에 따른 공공공사 입찰제한 조치가 지나치게 가혹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5일 건설의 날을 맞아 여당과 건설업계는 해외건설사업 수주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법안 개정에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하지만 업계가 스스로 채운 족쇄인 만큼 자정의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찰제한 중복제재로 해외사업 빨간불”=현행 제도는 건설사가 입찰담합 판정을 받을 경우 과징금 부과뿐 아니라 최대 2년간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록말소 등의 처벌을 줄줄이 받게 된다.
건설사들은 제재처분이 과도하다며 불복·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4일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상태에서 향후 입찰까지 제한하는 것은 중복제재”라고 말했다.
입찰참가제한 처분이 무더기로 확정되면 기술력을 가진 국내 대부분의 건설사가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0년 이후 입찰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국내 건설사는 10대 건설사를 포함해 총 67개사다. 건설업계는 국내건설 입찰제한 처분 전력이 해외건설 사업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외국 경쟁사들은 정부로부터 입찰참가를 제한받는 한국 건설사들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같은 ‘음해’로 세계시장에서 입찰에 실패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한다.
◇팔 걷어붙이는 여당=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등은 지난 18일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입찰참가자격제한 효력범위를 현행 ‘모든 공공발주기관’에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해당 발주기관’으로 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외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 건설업체가 4∼5년 전 국내 입찰 담합 사실로 외국 업체들과의 수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함진규·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4일 입찰참가제한 처분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를 잇달아 열었다. 함 의원은 “담합제재가 해외건설 수주의 장애요소가 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에 5년의 제척 기간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설업계 담합관행 버려야=올해 건설사들에 부과된 과징금만 25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따지면 총 1조2700억원 규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려다보니 담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아무리 관행이었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입찰담합 중복제재로 해외수주 타격”… 與·건설업계 법안개정 팔 걷었다
입력 2015-06-25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