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상황판단과 의사결정, 과감하게 현장을 찾는 역동적인 리더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대응은 다소 예상을 뛰어넘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삼성가(家) 3세 경영인들의 리더십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 책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지난 18일 예고 없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 메르스 환자 치료 현장을 살펴봤다. 민관합동 메르스 대책본부를 찾아가 깊은 사과의 뜻도 전했다. 이어 23일에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가 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대국민 사과 발표와 관련해서는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가 진행 중이고, 경영승계 이후 처음 대중 앞에 서는 자리가 사죄의 자리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정면돌파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문구까지 직접 손보며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참모들의 의견도 경청하지만, 직접 인터넷도 검색하고 주위 여론도 수렴하며 나름대로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24일에는 예정된 미국 출장을 떠나 발 빠르게 경영현장으로 복귀했다.
이 사장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1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 전 제주 신라호텔에 머물렀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 18일 곧바로 제주 신라호텔로 내려가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장 지휘 아래 영업중단에 들어간 신라호텔은 투숙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환불을 해주는 한편 항공료를 보상하고 타 숙소 예약도 지원했다. 22일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이 사장의 조치에 감사를 표시하며 “공익에 대한 책임을 중시한다는 자세를 실천으로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삼성이 메르스 사태로 한때 집중 비난을 받던 여론을 상당히 희석시켰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들의 사태 해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젊은 경영인들의 리더십이 삼성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시절에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경영을 맡기고, 그룹과 관련된 핵심 사안만 이 회장이 결정하는 분위기였다. 이 회장은 대중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들 3세 경영인들은 회사의 주요 업무를 꼼꼼히 챙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전면에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 3세 경영인들은 은둔의 이미지가 강한 전통적인 재벌가 경영인과는 달리 대중 친화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룹 리더십이 젊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요즘 삼성家 3세들 퀵∼퀵∼ 발빠른 ‘메르스 리더십’ 눈길
입력 2015-06-25 02:47